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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그리드, 초유의 ‘상장 승인 취소’…“파두 사태와는 또 다르다”

증권신고서 상 예상 매출 잘못 기재 ‘파두’
예비삼사 단계 중요사항 누락 ‘이노그리드’

한국거래소 황소상. [사진 한국거래소]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업체 이노그리드가 코스닥 역사상 최초로 상장예비심사 승인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지난해 파두 사태에 이어 또 다시 기업공개(IPO) 시장에 긴장감이 높아진 가운데, 상장 주관사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파두와 이노그리드 사태가 성격이 다르다면서도 IPO 시장 전반적으로 책임성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지난 18일 이노그리드에 대한 상장예비심사 승인결과 효력을 불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노그리드가 상장예비신청서에 과거 최대주주였던 법인과 최대주주 상호간 당사 발행 주식 양수도 및 금융회사의 압류결정 등 관련 내용을 누락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노그리드 측이 경영권을 두고 소송을 진행 중이지는 않지만 향후 법적 분쟁 가능성에 대해 알리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은 관련 민원이 제기되면서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증권신고서에 관련 내용 기재를 요청했고, 6차 정정 신고서에야 뒤늦게 반영됐다. 

이노그리드는 지난 2월 22일 증권신고서를 최초 제출한 이후 이달 17일까지 총 일곱 번이나 신고서를 수정했다. 지난 5월 27일 6차 정정 과정에서 법적 분쟁 가능성이 추가됐다. 이노그리드는 증권신고서에서 발행 주식과 관련해 과거 최대주주였던 법인과 해당 법인의 최대주주 상호간 유·무상증자, 주주간 주식매매 거래 등 갈등을 빚고 있다고 명시했다. 

코스닥상장규정에는 '상장예비심사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사신청서의 거짓 기재 또는 중요사항 누락'이 확인될 경우 예비 심사 승인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이노그리드는 해당 내용이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해 상장예비심사신청서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거래소는 설명했다. 거래소의 이번 결정에 따라 이노그리드는 향후 1년 이내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없다.

이노그리드가 사상 최초로 상장예비심사 승인이 취소되자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의 ‘부실 실사’까지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공동 주관사로 참여했던 파두에 이어 이번에도 상장심사 전 중요 사항을 놓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은 파두 상장의 대표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과 파두 사태로 금감원 특법사법경찰(특사경)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건은 파두사태와는 별개의 건으로 봐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 주관사가 실무를 주로 하기 때문에 파두 때 공동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은 살짝 비켜 있는 건이다”라며 “이번 이노그리드 같은 경우 한국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사였기는 하지만 회사 인터뷰 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해당 사안에 대해 발행사가 말해 주지 않으면 주관사가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파두와는 성격 달라…“주관사 책임·독립성 강화 필요”

거래소 역시 이노그리도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이번 사안에 대해 몰랐을 수 있다며 특별한 제재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파두하고는 완전 다른 케이스다”라며 “파두는 심사하고 나서 증권신고서에 예상 매출이나 이런 게 잘못 기재돼서 문제가 됐었던 사항이고, 이노그리드는 예상 매출이나 이런 것과 상관없이 예비심사 단계에서 심사 신청서에 기재하지 않았던 사항이 차후 발견이 됐던 내용이다”고 말했다. 이어 “파두에 대한 대책이 나왔을 때 좀 더 책임감 있게 주관사나 발행회사가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쪽으로 거래소에서 지도를 하고 있었다”며 “이번 이노그리드 같은 경우 주요사항 누락이 사후에 발생하지 않도록 ‘예비심사 단계에서 제재가 있을 수 있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어 방향은 좀 다르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상장예비심사신청서의 거짓 기재나 중요 사항 누락 등 재발방지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테면 현재 1년인 예심 신청 제한 기간을 3~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다. 다만 이노그리드 사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앞서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는 의도적으로 ‘뻥튀기 상장’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주가가 곤두박질 치고 집단 소송까지 번졌다. 파두는 지난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며 증권신고서에 2023년 연간 매출액 추정치를 1202억원으로 제시했다. 이에 1조5000억원에 이르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으나, 실제 매출액이 3분기 3억2000만원으로 크게 미달되며 부실상장 논란이 일었다.

파두 사태에 더해 이노그리드에서도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융감독원이 추진하는 IPO 관련 제도 개선 방안에도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 5월 IPO 주관사의 책임성·독립성 강화와 무리한 상장을 막기 위해 ▲수수료 구조 개선 ▲기업실사시 준수사항 규정화 및 법적 책임 강화 ▲핵심 투자판단 정보 기재 및 서식 표준화·간소화 등을 골자로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금감원은 올해 2분기·3분기 내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파두 사태 이후 최종 손익에 대한 검증은 예전보다 더 상세하게 하려는 것 같다”며 “사실 최대주주 관련 건은 되게 중요한 거라 저희 같은 경우 항상 타이트하게 실사를 했는데, 이번 이노그리드 건 영향으로 최대주주와 관계된 것들은 좀 더 현미경식으로 들여다볼 것 같긴 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업계에서는 주관사가 발행사에 대한 IPO 실사 과정에서 좀 더 세부 사항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권한 등이 강화돼야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파두 사태 이후로 기술특례상장이라든지 이런 거 관련해서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가이드라인을 주겠다라고 해서 지금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 나올지 모르겠지만 당국에서 주관사가 조금 더 책임을 갖되, 대신 좀 더 자세히 요청해서 자료 같은 걸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권한도 주는 그런 식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권한이 없는 현재로서는 할 수는 없는 거고,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거기에 맞춰서 강화가 되는 대로 잘 따라갈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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