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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션' 개척한 작가가 바라본 인간과 AI…AI가 아닌 인간 향해 질문 던져[새로 나온 책]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보며 작품 구상
'악을 학습한 AI가 사람을 죽이려고 한다면'이란 도발적 주제 다뤄

안티 사피엔스

저자 이정명 | 304쪽 | 1만5300원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2016년 3월 1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네 번째 대국이 열렸다. 이미 세 번의 게임에서 이 9단은 알파고에 패배했던 상황. 이날만은 달랐다. ‘신의 한 수’라고 불린 이 9단의 한 수가 네 번째 대국에 나왔다. ‘알파고 기권’(AlphaGo resigns)이라는 메시지가 중계 화면에 떴다. AI를 상대로 인간이 거둘 수 있는 마지막 승리라고 평가받았다. 역사적인 대국을 보고 인간과 AI의 대결이라는 화두를 떠올린 작가가 있다. 

한국 ‘팩션’(fact와 fiction의 합성어로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작품)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이정명 작가가 신작 ‘안티 사피엔스’라는 작품을 내놨다. 작가는 그동안 집현전 학사 연쇄살인 사건을 통해 세종의 한글 창제의 비화를 그린 소설 ‘뿌리 깊은 나무’와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 속 비밀을 풀어가는 ‘바람의 화원’ 등에서 팩션의 힘과 재미를 보여줬다. 이번에는 최첨단 기술 AI를 전면에 내세워 흥미를 갖게 한다. 

소설의 주제는 도발적이다. ‘악을 학습한 AI가 사람을 죽이려고 한다면…’ 

AI가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그노시안의 세계, 시한부 선고를 받은 천재 사업가는 수명 연장 대신 AI 연구에 몰두하다 사망했다. 하지만 그가 창조한 AI ‘앨런’이 몇 년 후 나타나 인간의 사회질서를 무너뜨리고 인간의 삶을 빼앗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이 소설은 AI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진실게임처럼 보인다. AI 시대에 대두되고 있는 기술의 윤리에 대해 질문을 던진 것이다. “AI가 인류를 멸종시킬지 그렇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인류가 이루어놓은 모든 것들을 바꾸어놓을 건 분명하다”는 작가의 말은 이 작품 곳곳에 숨겨져 있다. 

소설의 제목은 ‘슬기로운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 사피엔스에 반하는 AI와의 관계를 함축하고 있다. 팩션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작가가 역사가 아닌 곧 다가올 미래를 그렸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동안 작가가 여러 작품에서 보여줬던 속도감과 특유의 감성은 여전히 이 소설에서도 느낄 수 있다. 

만약 인류가 멸종한다면 그 책임은 누구의 것일까? AI와 인간의 대결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확고하다. “인간을 멸절시킬 유일한 천적은 인간뿐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을 구원할 유일한 존재 또한 인간이다”라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빛나는 인간’을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의 구상은 처음에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사이언스 픽션(SF) 소설이었다고. 하지만 출간을 할 때 소설의 상당 부분이 현실이 되었다고 저자는 밝혔다. 작가는 “굳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을 밝히자만 근미래가 아닌 현 미래라 표현해야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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