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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항 중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14개국 중 美 승인만 남아

티웨이항공, 대한항공 4개 유럽행 노선 이관
화물사업부 매각도 조만간 구체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결합한 국내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 탄생이 가까워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까지 14개 경쟁당국 중 13개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올해 초 유럽연합(EU) 경쟁당국 EU 집행위원회(EC)가 기업결합을 승인하며 내걸었던 까다로운 조건들은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사실상 마지막 관문인 미국의 승인만 남은 셈이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최근 대한항공의 4개 유럽행 노선을 이관 받았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순차적으로 취항할 전망이다. 인천발 로마·바르셀로나행 항공권 예매는 지난 7일부터 받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 2월 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조건을 내걸었다.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대한항공의 4개 유럽행 노선(로마·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파리)을 타 항공사에 이관하라는 조건이다. 당시 티웨이항공은 EC가 내린 기업결합 승인 조건에 따라 대한항공 여객 노선 대체 항공사로 지정됐다.

이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프랑스 항공당국이 티웨이항공의 파리 취항을 문제 삼아서다. 프랑스는 ‘한국·프랑스 항공협정’에 따라 한국 항공사 2곳만 파리에 취항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양국은 1974년 항공협정을 맺은 이래 34년간 파리 노선에 대한항공만 취항하도록 했다. 이후 2008년부터 취항 가능한 한국 항공사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2곳으로 확대했다.

현재 파리에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취항하고 있기에 티웨이항공까지 추가된다면 협정 위반이다. 프랑스는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티웨이항공이 파리 취항에 실패할 경우 기업 결합이 무산될 가능성도 존재했다. EC 기업결합 승인 조건을 맞추지 못해서다.

이에 정부가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프랑스 정부와 파리 노선에 대한항공, 아시아나, 티웨이항공 등 국내 항공사 3곳의 취항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합의했다고 7일 밝혔다.

EC가 내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승인 조건’에 따라 양사 합병이 마무리될 때까지 항공협정 자체를 개정하지 않고 티웨이항공도 파리 노선에 취항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둔 것이다. 이 덕에 대한항공은 한시름 덜게 됐다.

또 다른 조건인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도 이르면 이번 주 중 우선협상대상자가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월 본입찰에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인천·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 3사가 제안서를 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주관사인 UBS는 본입찰에 참여한 3개사를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 중이다. 업계는 이르면 이번 주 중 우선협상 대상자가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에도 넘어야 할 산은 존재한다. 최종 실사와 본계약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 또 EC가 각 사의 자금조달 계획 등을 면밀하게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존재한다.

EC의 기업결합 조건을 충족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만을 남겨놓게 된다. 대한항공은 10월 안으로 미국 승인을 받아 아시아나와의 통합을 최종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0월 말까지 미국으로부터 합병에 대한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과 EU가 요구한 모든 사항을 이행했으며 현재 합병을 위해 진행 중인 사항 외에 더 이상의 양보는 필요치 않다”고 덧붙였다.

합병 시 글로벌 10위권 ‘메가 캐리어’ 탄생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제 항공승객 및 화물 서비스 운송에서 한국 1, 2위 항공사들이다. 두 항공사 모두 유럽경제지역(EEA)에서 중요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합병이 완료되면 대한항공은 글로벌 10위권의 초대형 항공사로 몸집을 키우게 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후 입지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세계 항공운송 통계’(WATS)의 지표로 예상 가능하다. IATA는 매년 WATS 보고서를 통해 세계 항공사의 운송 실적을 공개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부터는 별다른 순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9년 유상여객킬로미터(RPK) 기준 세계 항공사 순위에서 대한항공은 28위(830억㎞), 아시아나항공은 42위(469억㎞)를 차지했다. 두 회사를 합치면 1299억㎞다. 15위인 남미 최대 항공사 라탐항공(1220억㎞)을 넘는 셈이다. RPK는 항공편 당 유상승객 수에 ㎞로 표시한 비행거리를 곱한 수치다.

화물 운송 실적을 나타내는 화물톤킬로미터(CTK) 기준 대한항공은 6위(74억1200만㎞), 아시아나항공은 25위(35억6700만㎞)였다. 운송 화물 무게로는 대한항공이 7위(143만5000t), 아시아나항공이 15위(88만1000t)였다. 화물톤킬로미터는 유상화물 운송 중량에 비행구간 거리를 곱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여객 부문 세계 15위, 화물 부문 세계 10위 내 메가 캐리어가 탄생하는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이 매각돼도 그간 양사의 화물 운송 실적을 미뤄 봤을 때 통합 대한항공의 항공화물 부문 입지는 10위권 이내를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간 대한항공이 받아온 13개국 기업결합 승인으로는 ▲튀르키예(2021년 2월) ▲대만·태국·필리핀(2021년 5월) ▲말레이시아(2021년 9월) ▲베트남(2021년 9월) ▲한국·싱가포르(2022년 2월)▲호주(2022년 9월) ▲중국(2022년 12월) ▲영국(2023년 3월) ▲일본(2024년 1월) ▲EU(2024년 2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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